대학병원 의사들 동네 병의원으로 빠져나가 응급진료체계 무너진다는 ‘거짓말’
미래의료포럼 “김윤 교수 주장은 근거 없는 거짓말, 언론은 의료 현장 올바른 목소리 귀 기울여야”
지난 7월, 한 일간지 칼럼을 통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들이 동네 병의원으로 빠져나가 응급진료 중환자 진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에 대해 미래의료포럼이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는 한편, 언론을 향해 의료 현장의 올바른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김윤 교수는 ‘국민 여러분, 아프면 큰일 나요’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지난 10여 년간 간신히 버텨온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체계가 최근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들이 동네 병의원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5년간 동네 병의원 의사는 6,500명 넘게 늘어난 반면 대학병원과 큰 종합병원의 의사 수는 거의 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칼럼 내용에 대해 미래의료포럼은 지난 5년(2017~2021)간 늘어난 신규의사 약 1만 2,000명 중 4,099명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진출했고, 나머지 6,664명이 중소병원 및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진출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며 김윤 교수의 주장에 반박했다.
미래의료포럼은 “그러나 해당 칼럼 이후 온갖 언론 매체에서는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등지고 동네 병의원으로 대거 빠져나가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했다. 급기야 지난 10월 모 경제 일간지에는 ‘의사들 동네병원행, 손 놓고 봐야 하나’라는 칼럼까지 등장했다”라며 “이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라는 대한민국 최고 학부 교수의 거짓말에 온 나라가 뒤흔들리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의료포럼은 정확한 의사 수 증감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의사 수를 비교할 게 아니라 종별 100병상당 의사 수 변화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보험통계연보 분석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2년까지 20년간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체 병상수는 3만 5,214병상에서 4만 8,057병상으로 36.5%의 증가가 있었다. 병상수 증가에 발맞춰 100병상당 의사 수도 40.3명에서 47.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라며 “만약 김윤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상급종합병원의 100병상당 의사 수는 감소했어야 한다”라고 맞섰다. 통계상에서 의사들이 상급병원을 대거 빠져나간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동네병원의 통계 자료도 살펴보면, 지난 20년간 병상수는 12만 2,123병상에서 46만 8,792병상으로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100병상당 의사 수는 4.4명에서 3.6명까지 감소했다. 동네병원의 병상수는 늘었는데 100병상당 의사 수가 오히려 감소한 것은 의사들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외면하고 동네 병의원으로 진출했다는 주장과는 반대되는 현실이다.
미래의료포럼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1차 의료기관부터 3차 의료기관까지 어디든 큰 비용적 차이 없이 이용할 수 있고, 환자들은 같은 값이면 대형병원이 좋다고 판단해 대형병원으로만 몰린다”라며 “환자가 몰리는 병원은 병상을 늘리고 의사도 추가 고용해 보지만,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과부하가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과부하가 걸리는 대형병원조차도 저수가로 인해 의사나 의료 인력의 고용 규모를 현재 수준에서 대폭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과부하가 걸리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는 의사 고용을 꾸준히 늘려 왔음에도 상대적으로 의사가 부족해 보이고, 부족한 만큼의 의사들이 동네병원으로 빠져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대형병원으로만 몰리는 경증 환자들을 동네 병의원으로 돌리고 의료시스템 하부에서 중증으로 판단한 환자들만 단계적으로 대형병원으로 이송하는 진료 전달체계를 확립한 후, 대형병원이 경증 환자의 과부하에서 벗어나 중증 환자만 보고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해결될 문제”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미래의료포럼은 “김윤 교수는 그동안 의료계의 수많은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통계를 왜곡해 가며 궤변을 늘어놓았고, 이런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에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이에 김윤 교수 대신 대한민국 언론에 요구한다. 공정하고 사실에 입각한 보도가 생명인 언론인들은 김윤 교수 궤변의 대변자 역할을 중단하고, 의료 현장의 올바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