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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환자수 사라진 의사수급 계획, 지금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 (medipana.com)
수급이란 수요와 공급을 말한다. 교사수급에서 수요는 학생수이고 교사수는 공급이 된다. 마찬가지로 의사수급에서 수요는 환자수이고 공급은 의사수다. 보건복지부가 '과학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발표한 자료도 환자수와 의사수의 추이를 예측한 것이다.
다만 환자수 계산에서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를 분리하여 입원환자수에 특별한 근거도 없이 뜬금없이 '합리적'이라며 3배의 가중치를 주고 계산한 것이다. 얼마전 문 정부에서 주택통계를 발표하면서 가중치로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의 발표가 있었는데 의사수급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의료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발표하는 것들을 보면 어느 순간 의사수급에서 제일 중요한 환자수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의사들이 돈을 너무 많이 번다거나 의사수를 늘려서 의사수입이 줄어들면 돈이 안되는 필수의료를 할 것이라는 '썰'들만 난무하고 있다.
살다 살다 필수의료를 낙수의료로 규정하고 의사수를 늘려서 비필수 시장 다 채우고 나면 필수의료로 돌아올 것이라는 걸 정부정책으로 내세울 줄은 생각도 못했다.
특히 일부 학자는 동네 의원을 악의 축인 양 몰아 부치며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미래의료포럼의 분석에 따르면 대형병원의 의사들이 대거 동네 병의원으로 빠져나갔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판명되었다.
통계상 상급종합병원의 의사수는 2003년 14,176명에서 2022년 22,683명으로 우상향 증가추세에 있고 의사수 증가에 발맞춰 의사당 외래환자수도 2003년 1,415명에서 2022년 1,941명으로 역시 증가추세에 있다.
의과 전체의 의사당 외래환자수는 줄곧 줄어들고 있지만 대형병원은 거꾸로 의사당 외래환자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서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만 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과 중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외과였다. 외과의원의 수와 의원당 외래환자수 추이를 보면 외과의원과 의원당 외래환자수가 같이 줄어드는 전형적인 불황곡선을 보여준다. 의원의 수가 줄어드는데도 의원당 외래환자수가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같이 줄어드는 것이다.
외과의원의 의원당 외래환자수는 2003년 정점에서 계속 줄어들어서 2021년 24.0%가 감소했다. 그런데 그렇게 전형적인 불황곡선을 그리는 중에도 외과 전문의 수는 2004년 4,032명에서 2022년 6,554명으로 62.5%나 증가했다.
2022년 현재 전체 외과전문의 수는 6,664명이고 이들 중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외과전문의는 2,600명이다. 그런데 외과의원의 수는 1,037곳에 불과하다. 외과 전문의 2,600명에 외과의원 1,037곳이라는 말은 대략 과반수 이상의 외과전문의들이 외과 간판을 떼고 일반의원으로 개업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수많은 외과의사들이 힘들게 수련을 받고 전문의를 취득한 후에 전문과로 개원해서 힘들게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전문과 간판을 떼었다는 말이다. 언젠가 전문과 간판을 뗄 생각으로 전문의를 취득하고 해당 전문과로 개업하는 사람은 없다.
이 현상이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이 사회가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단 한번이라도 이해하고 보듬어 주려고 노력이라도 했는가?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고는 이제 와서 의사수가 부족하다며 객관적인 통계도 무시하고 의사수만 늘리면 모든 게 해결되는 양 호도하고 있다.
외과는 통계가 시작되는 2004년 이후로 줄곧 줄어들었지만 정형외과, 신경외과도 정점의 시기만 외과보다 조금 늦었다 뿐이지 의원당 외래환자수가 줄어드는 추세로 돌아선 것은 마찬가지다.
정형외과는 2012년 외래환자수가 정점을 찍고 2022년 정점대비 18.2%가 감소했다. 신경외과도 2011년 정점을 찍고 2022년 정점대비 25.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
전체적인 추세가 확연히 환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팩트다. 의사는 근거에 기반해서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다. 의사협회가 팩트에 기반한, 제대로 된 근거를 확보해서 반박하지 못하는 점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지점이다. 그리고 이 사회가 의사들이 돈 버는 것에만 꽂혀서 팩트를 외면하고 감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 모두에게는 지옥문이 기다릴 뿐이다.
미래의료포럼 대표 주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