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포럼 성명서]
대한민국에 '필수 의료'는 없다. 다만, 소멸과 붕괴 위기에 직면한 '위기 의료'가 있을 뿐이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저수가와 관치의료 시스템에 의해 심화되어 온 의료 왜곡으로 인해 우리는 위험하고, 어렵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직결된 의료부터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료 붕괴는 점점 도미노 현상처럼 의료 전 분야로 번져가고 있다. 젊은 의사들은 전문의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있고, 기존의 전문의들도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전문과를 포기하고 미용 및 비급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중증 및 응급 환자들에 대한 의료 공백을 시작으로 점차 의료 전 분야로 공백 현상은 확산되어 대한민국은 재난적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필수 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 '필수 의료'라는 용어를 정부, 국회, 언론 등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필수 의료'라는 용어는 의료에 있어 필수적이지 않은 의료 분야도 존재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적절하지 않은 용어이고, 이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용어이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의 위기는 일부 의료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밀접하게 연관된 모든 의료 분야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그 개념을 정확히 내리지도 못하고, 의료에 있어 존재하지도 않는 비필수 분야를 떠올리게 하여 가치의 혼동만을 유발하는 '필수 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미래의료포럼에서는 의료에는 필수적이지 않은 분야가 없으므로 '필수 의료'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현재 대한민국 의료에는 붕괴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 분야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므로 '위기 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위기'의 사전적 의미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 '버리고 돌보지 않음'이다. 따라서 현재 위기에 직면한 의료 분야들은 대한민국 국가 권력이 비정상적인 관치의료, 포퓰리즘 입법, 원칙 없는 판결 등을 통해 버리고 돌보지 않아 위험한 시기를 맞이한 분야이므로, '위기 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현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한민국 의료의 위기는 갑자기 어느 한순간에 온 것이 아니다. 전 국민의 강제 가입과 전 의료기관의 강제 지정이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서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강보험제도가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를 위기에 빠뜨린 시발점이다. 특히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국가가 의료공급자에게 저수가와 관치 의료를 강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었기에, 의료를 왜곡시키고 의료를 위기에 빠뜨린 직접적인 원인이다.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도 적자가 발생하고, 경증환자를 치료할 때보다 중증 환자를 치료할 때 더 손해가 발생하도록 수가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생존을 위해 중증 환자 치료와 관련된 의료의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위기 의료' 분야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국회는 의료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간호법, 면허박탈법,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실손보험 청구대행법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법안을 양산해 내고 있다. 또한, 사법부는 형사재판에서는 의료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무시한 부당한 유죄 선고를 남발하고, 민사재판에서는 과실이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배상 책임을 내리거나 천문학적인 배상 금액을 선고하면서 의료진의 이탈을 부추겨 의료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의료'라는 용어에는 이미 필수적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필수 의료'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위기 의료'가 있고,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여 위기에 처한 의료 분야가 없도록 만들어야만 대한민국 의료를 살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필수 의료 살리기'가 아니라 '위기 의료 없애기'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가 직면한 위기를 근본적으로 없애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행정, 입법, 사법 시스템이 자행하고 있는 폭압적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23년 9월 25일 미래의료포럼
